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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 거리다 -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 했다. 이제 해가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 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리치고 있는 희망이여 -- 기형도 2012. 11. 5.
겨울, 우리들의 都市 - 기형도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풀리지 않으리란 것을, 설사 풀어도 이제는 쓸모 없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고 있었다. 나는 외투 깊숙이 의문 부호 몇 개를 구겨넣고 바람의 철망을 찢으며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世上(지상)에서 애초부터 우리가 빼앗을 것은 無形(무형)의 바람뿐이었다. 불빛 가득 찬 황량한 都市에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주린 얼굴로 서로 만나는 世上(세상) 오, 서러운 모습으로 감히 누가 확연히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밤 깊어 얼어붙는 都市(도시)앞에 서서 버릴 것 없이 부끄러웠다. 잠을 뿌리치며 일어선 빌딩의 환한 角(각)에 꺾이며 몇 타래 눈발이 쏟아져 길을 막던 밤, 누구도 삶 가운데 理解(이해)의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숨어 있는 것 하나 없는 어둠 발.. 2012. 11. 5.
2012-10-27 http://twitter.com/rokwha/status/261010665697841153 2012. 10. 24.
2012-10-20 http://twitter.com/rokwha/status/258790109984485376 201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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